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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래고등학교 51회 동기 동창 친구여러분

2009-07-27 · 조회 4,417

망설이고 망설이다가 염치를 무릅쓰고 인사 올립니다.  저는 학창 시절 3학년 4반(인문계반)으로 졸업한 김홍술 이라고 합니다.  미술부 활동을 한다는 핑계로 잘 어울리지 못해 아마 얼굴 기억을 잘 못하실 겁니다.  사실 동기 친구들을 만나기는 1995년 모였던 ‘홈 카밍데이’가 처음이었지 않나 생각하는데, 이후 줄곧 친구들의 연락을 받고 고맙게 잘 참석은 하고 있는 편입니다.  그런데 어느덧 50줄에 섰으니 세월이 무상할 뿐입니다.

친구 여러분,
저는 일찍이 미술가로 가는 길에는 실패를 했고, 정식 대학교 문에도 들어서 보지 못한 뒤쳐진 인생을 출발하였습니다.  천박한 자본주의에 젖어만 가는 기독교로부터 인연을 끊지 못하고, 진리에 대한 몸부림과 현실 저항에 3년의 징역을 지불하는 등 치열한 젊음을 불태웠습니다.  그러다 웬일인지 나이 서른여섯에 그 역겨워하던 기독교의 3류(?) 목사가 되고 말았습니다.

몇 몇 친구들은 알고 있지만,
지금은 구포의 산자락에 아담한 집 한 채에서 갈 곳 없는 부랑인 열대여섯 명과 공동체를 이루고 하루하루 신나게(?) 살고 있습니다.  낮으론 초등학교에 밥 구걸하러 다니고, 밤으론 땀내 고린내가 가시지 않는 방에서 함께 뒹굴고 사는 걸 일삼고 있습니다.  ‘사단법인 도시빈민 사회복지 선교회’라고 간판은 거창한데, 정작 초라하고 볼품없는 일에다 생산적인 것도 없는 일에 그저 바쁘기만 합니다.  

거리에서 노숙하다 새벽녘 찾아오는 150여명의 사람들이 양떼라 생각하고, 아침밥과 옷가지 등 필요품을 공급하려고 수정동에 ‘홈리스 사회복지관’이란 일터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새벽시장 가게들의 처진 재고품의 도움은 고마워하면서도, 정부나 돈 많은 기업과는 잘 못 사귀는 유별난 고집이 문제입니다.  거액의 일시 후원보다 몇 천원, 몇 만원의 정기후원을 더 소중히 여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친구 여러분, 입다만 헌옷 헌양말 헌신발도 좋습니다.  또 어느 날 불쑥 새벽급식 현장에 찾아와 밥상 봉사를 해줘도 좋고, 말없이 고정된 소액 후원금을 자동이체 해 주셔도 무방합니다.  이런 작은 나눔은 자선의 문턱을 넘어, 인간 존엄성이 짓밟힌 자들을 향한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염치를 불구하고 동기 동창 인연을 구실 삼아 그분들을 위하여 고개 숙입니다.  저는 다만 우리의 얼마 남지 않은 생애에 친구 여러분과 참된 기쁨과 보람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좋은 만남과 인연으로 다시 이어지게 되길 바랍니다.  
       
2004년 4월 16일  
가난공동체(http://homeless.kr) 부활의 집에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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