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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래고의 상징 꿀벌의 단결력에...

2016-02-26 · 조회 7,923

 
동래고의 상징 꿀벌의 단결력
 
1898년 민족 동래고
 
1920년 호국 동래고
 
1940년 항일의거 동래고
 
東萊人이여! 東高人이여!
 
영국의 극작가 버나드 쇼(BBC앵커 출신)의 묘비에 보면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렇게 될 줄 알았어" 라는 문귀를 보면서 인생이 얼마나 빠르게 가고 또한 덧없는 것인가를 느낍니다.
2010년이 아직 반이 남아 있으니까
더 열심히 살고 남아있는 시간 더 즐겁게
더 가치있게 모교 동래고 발전에 기여하는,
일조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더 많이 행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옛 중국 동진의 도연명이도 '청춘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 하루에 새벽은 한번 뿐일세'라고 한 말처럼 이상과 열정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민족 동래고의 상징인 꿀벌의 단결력을 열어보면,
'전쟁의 승리는 오직 단결된 힘에 의해 얻을 수 있다. 단결의 요체는 전원이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 준법정신, 희생정신, 공사의 명확한 구분과 상호이해를 바탕으로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통합 집중하는데 있다. 그러므로 모든 부대는 군기가 상징하는 부대의 전통과 명예를 위해 지휘관을 중심으로 굳게 단결해야 한다.'
 
이 글은 군인복무규율 제4조6항에 나오는 '단결'에 대한 설명문입니다. (동고인의 군필은 국방의 의무사항임.)
 
우리는 동서고금의 전사(戰史)를 통해 무기체계에서, 병력에서 열세인 군대가 '단결의 힘'을 바탕으로 강력한 적과 맞서 싸워 승리를 거둔 경우를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단결의 위력은 자연 속 생물들에게도 쉽게 접할 수 있는데, 그 대표적인 주인공은 바로 '꿀벌'입니다. 꿀벌은 날개를 비벼서 나는 소리를 서로 의사소통을 하고, 적이 나타났을 때는 그 소리를 이용해 위협하기도 합니다. 또 꿀을 발견했을 때는 허공에 '8자(字)' 모양의그림을 그리는 이른 바 '8자춤'으로 그 위치를 서로 공유하는 등 매우 지능적인 곤충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꿀벌들이 보여주는 가장 우수한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단결력'입니다. 꿀벌의 단결력은 자신들보다 몇 배나 큰 말벌이 공격해 올 때 더욱 위력을 발휘합니다. 평소 말벌은 유충들에게 먹일 단백질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종류의 말벌집이나 꿀벌집을 자주 공격하곤 하는데, 그 힘이 셀 뿐만 아니라
 
몸통이 딱딱한 갑옷과 같아 꿀벌의 공격에도 끄떡없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말벌은 열에 약해 섭씨 45~46도가 되면 죽게 됩니다. 꿀벌들은 이러한 말벌의 약점을 알고 공격 받았을 때 일제히 날개짓을 해 섭씨 45도 이상의 열을 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사실은 꿀벌이 견딜 수 있는 온도가 섭씨 48도라는 점입니다.
결국 수십 마리의 꿀벌은 자신 뿐만 아니라 동료의 목숨을 위해 불과 2~3도 사이에서 그 이상으로 온도가 올라가지 않도록 서로의 날개짓에 집중하며 효과적으로 말벌의 공격을 막아내는 '단결의 힘'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한낱 미물이라고 할 수 있는 꿀벌이 우리에게 주는 단결의 힘을 교훈 삼아 평소 생활 속에서 단결을 실천함은 물론 유사시 어려움에 닥쳐 서로 단결을 통해 반드시 승리하는 민족 동래고가 돼야 하겠습니다.
 
국방부 용산망월회 수석부회장 박영권(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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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들 새집 찾기에서 '집단지성' 원리 발견
다양한 대안 놓고 경쟁토론 벌일 때 최선의 결과 얻어

저자의 꿀벌 연구는 끈질기고 치밀한 관찰의 결실이다. 개체별 역할과 동선을 추적하기 위해 벌의 등에 색색의 태그와 페인트칠로 표시해 놓은 모습. /에코리브르 제공
꿀벌의 민주주의

토머스 D 실러 지음|하임수 옮김
에코리브르|328쪽|2만원

양봉업자들 사이에 '분봉(分蜂)'이란 말이 있다. 벌들의 분가다. 늦봄과 초여름 사이 벌집 주변엔 일대 장관이 펼쳐진다. '부웅-' 수천 마리 황갈색 벌떼가 벌집에서 쏟아져 나와 인근 나뭇가지에 오밀조밀 매달린다. 할아버지 턱수염 모양이다. 그러고는 몇 시간 혹은 며칠 동안을 거의 꼼짝 않는다. 몇 십 마리만 뻔질나게 들락날락할 뿐. 잠시 후 벌떼는 다시 들썩댄다. 치솟는 음파가 F1에 출전한 자동차의 엔진 굉음 같다. 돌연 벌떼는 다시 날아올라 어디론가 몰려간다….

작곡가 니콜라이 코르사코프가 '꿀벌의 비행' 악상을 떠올렸을 장면에서 저자는 '꿀벌의 민주주의'를 발견해낸다. 콩알만한 머리, 벌꿀의 집단행동에서 큰 두개골을 자랑하는 인류가 민주적 의사결정의 비결을 배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3000만년 응축된 꿀벌의 지혜

꿀벌은 최소 3000만년 이상 지구상에서 명맥을 이어왔다. 비결은 잘난 개인이 아니라 집단의 지혜였다. 인간은 4400여년 이상 달콤한 벌꿀을 탐해 왔지만 정작 이 미물이 응축해온 집단적 지혜를 알아낸 것은 100년이 못 된다.

지식인 눈에 집단, 혹 대중은 흔히 비웃음이나 경멸의 대상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대중은 결코 최고 기준에 도달할 수 없다. 오히려 최저 기준으로 자신을 끌어내릴 뿐"이라 했고, 니체는 "집단에서는(…) 광기가 곧 법"이라 했다. 하지만 꿀벌은 집단 지성의 거대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여왕벌은 군림하지 않는다

무게를 재면 5㎏ 남짓한 벌떼는 하나의 유기체처럼 일사불란하다. 그룹 차원에서 영양의 균형을 유지하고, 수분·체온을 조절하며, 환경 변화를 감지하고 대응한다. 오랜 진화의 결과다. 자연선택은 언제나 구성원끼리 갈등하는 집단보다는 서로 긴밀하게 협력하는 집단 편이었다.

벌떼의 중심에 여왕벌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여왕벌은 여름 내내 매일 1500여 개씩 알을 낳는다.

그 딸들인 수천 마리 일벌들은 여왕을 보살피며 여왕벌의 생존과 번식을 위해 애쓴다. 하지만 벌집의 운영은 여왕벌이 아닌 일벌에 의해 집단적으로 이뤄진다. 일벌 하나하나가 자기 일을 찾아 공헌할 뿐 여왕은 이 과정에 개입하지 않는다.

집단의 사활이 걸린 새 보금자리 찾기도 마찬가지다. 겨울나기에 필수적인 꿀을 저장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좁거나 찬바람과 약탈자에 취약한 곳에 터를 잡을 경우 공멸은 시간문제. 일벌들은 중지를 모은다. 선호하는 벌집의 입구는 대부분 10~30㎠ 정도 되는 옹이구멍이나 틈이다. 대개 지면에서 높이 떨어진 곳에 입구가 있는 남향의 나무 구멍을 선호한다. 그래야 포식자 접근이 어렵고 외풍을 덜 받으며 햇볕을 받아 온도 유지에 유리하다. 벌떼는 이런 명당 자리를 어느 특출난 개체의 지시가 아니라 집단적 의사 결정을 통해 찾아낸다.

◇정찰벌…8자 모양 엉덩이춤의 비밀

비밀은 정찰벌의 활약상에 있다. 야생 꿀벌 집단은 대개 6000~1만4000마리. 이중 약 3~5%가 정찰대를 구성한다. 1만 마리 중 약 300~500마리꼴이다. 정찰벌은 새 집터 후보지를 찾아 반경 5㎞ 이내를 훑는다. 안목도 세심하다. 구멍의 부피, 입구의 높이와 크기, 이전 벌집의 존재 여부 등 적어도 6개 기준을 살핀다. 좋은 후보지를 발견하면 집으로 돌아와 동료들에게 엉덩이를 실룩대며 8자 모양의 춤을 춘다. 이 현란한 춤 속엔 후보지의 위치 정보까지 담겨 있다. 춤이 지속되는 시간은 비행 거리에 비례한다. 1초간 '윙윙' 춤을 췄다면 비행 거리는 약 1㎞. 엉덩이 각도는 태양 방향을 기준으로 한 비행 각도를 나타낸다. "태양 우측 ○도 방향 ○m 떨어진 곳에 아주 근사한 집터가 있어"라고 말하는 투다. 다른 벌들도 추천 후보지로 날아가 살펴본 후 무리로 돌아와서는 자기 의견을 담아 엉덩이를 실룩댄다. 일종의 자유경쟁 선거다.

좋은 집터일수록 춤은 격렬해진다. 여러 후보지가 경합하다가 점차 하나에 집중되고 마침내 무리 전체가 선호하는 장소로 날아가게 된다. 이 모든 일이 지도자 관여 없이 이뤄진다. 집단 지성이다.

◇똑똑한 개인의 합보다 나은 집단

저자는 꿀벌에 대한 오랜 관찰 결과를 '효율적인 집단의 다섯 가지 습관'으로 요약한다.

첫째, 의사결정 집단은 공동의 이익과 상호 존중을 아는 개인으로 구성하라. 서로 충돌만 하는 괴팍한 이들로 구성된 결정 집단은 좋은 결과를 낳기 어렵다.

둘째, 지도자의 영향을 최소화하라. 꿀벌 집단에서는 여왕벌조차 방관자다. 군림하는 지도자가 없어야 집단의 자유로운 토론이 가능하다.

셋째, 토론은 폭넓은 대안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다양한 배경과 견해를 가진 개체로 정찰 집단을 꾸려 독립적인 탐구 결과를 내놓게 하라.

넷째, 논쟁을 통해 집단 지식을 종합하라. 꿀벌 민주주의에서 빛나는 부분은 정찰벌들의 상호의존성과 독립성 사이의 탁월한 균형. 어떤 정찰벌도 다른 견해를 맹목적으로 추종해, 스스로 조사하지도 않고 지지의 춤을 추는 법이 없다.

다섯째, 적절한 종결. 꿀벌들은 집터 논쟁에 며칠을 새기도 하지만 어떤 후보지에 대한 지지가 임계점을 넘어서면 다른 정찰대에 다른 후보지 방문을 중단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합의의 권유다.

시종일관 세밀한 관찰과 기록이 놀랍다. 꿀벌의 갖가지 행태에 대한 묘사만큼이나 관찰 실험의 과정 또한 흥미롭게 읽힌다. 수백, 수천 마리 벌의 가슴과 배에 일일이 색 페인트를 칠해서 구분하고, 벌떼를 쫓아 달려가는 대목을 읽다 보면 저자의 학문적 열정이 책장 너머까지 전해온다.

[함께 읽으면 더 좋은 책] "개인의 탐욕이 사회를 살찌운다고?"
꿀벌의 교훈에 먼저 주목한 이는 네덜란드 의사이자 사상가였던 버나드 맨더빌(1670~1733)이었다. 그는 '꿀벌의 우화: 개인의 악덕, 사회의 이익'(1723)에서 개인의 이기적인 탐욕과 사치가 사회를 풍요롭게 한다는 논리를 폈다. 금욕과 절제가 금과옥조로 여겨지던 시절 그의 생각은 불온시됐다. 악덕을 변론했다고 고발당했고 책이 불태워졌다. 하지만 그의 사상은 죽지 않았다. 자유시장론의 대부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에 영감을 줬다. 2010년 국내에 번역(문예출판사·사진), 소개됐다.
 
전병근 기자:bkjeon@chosun.com
 

살림꾼 일벌… 하루 10번 넘게 꿀 실어 나른대요

입력 : 2014.05.22 05:27 조선일보                   
꽃향기를 맡는데 갑자기 붕붕~ 꿀벌이 나타나 깜짝 놀란 적이 있니? 어쩌면 꿀벌에 쏘인 적이 있을지도 모르지. 그때 혹시 '이렇게 무서운 벌은 이 세상에서 사라졌으면…' 하고 바라진 않았니? 분명히 즐거운 기억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꿀벌을 미워하면 곤란해. 꿀벌은 한번 침을 쏘면 창자가 빠져나와 곧 죽는단다. 꿀벌이 침을 쏘았을 땐 죽기를 각오한 거야.

대개 꿀벌은 누군가 먼저 건드리지 않으면 침을 쏘지 않으니까, 서로 조심하며 사는 게 좋아. 꿀벌의 배 끝에는 독주머니도 있지만, 꿀을 모으는 주머니도 있어. 이 주머니를 꿀로 가득 채우면 집으로 돌아가지.

꿀벌 집에는 한 마리의 여왕벌과 다수의 수벌, 그리고 엄청나게 많은 일벌이 모여 살아. 몇만 마리씩 함께 모여 살기도 해. 여왕벌은 하루에 1000개도 넘는 알을 낳는데, 수벌은 짝짓기 때만 나타나서 짝짓기한 뒤에 곧 죽어.

꿀벌.
/그림=이재은(호박꽃 '내가 좋아하는 곤충')
일벌은 꿀과 꽃가루를 모으고, 애벌레를 기르고, 집을 치우는 등 온갖 일을 도맡아 하지. 별의별 일을 다 하는 부지런한 일벌은 알고 보면 더 대단해. 한 번에 제 몸무게의 절반에 가까운 꿀을 나르는데, 하루에도 열 번 이상 집과 꽃 사이를 오가지. 따뜻한 날에는 2km 떨어진 먼 곳까지 나가기도 해. 뒷다리에는 수백만 개의 꽃가루 뭉치를 달고 다녀.

벌은 식물에게 아주 중요한 존재란다. 벌이 꽃 사이를 날아다니며 꿀을 따는 동안 꽃가루를 퍼뜨리거든. 이건 우리 사람에게도 굉장히 중요한 일이야. 전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주요 농작물 가운데 벌이 꽃가루받이를 도와주는 게 무려 71종이나 되거든.

벌은 사람이 기른 가장 오래된 곤충 가운데 하나야. 그런데 2000년대 중반부터 전 세계적으로 꿀벌 숫자가 줄어들고 있어서 무척 걱정된단다. 꿀벌 없는 세상에서 우리는 잘살 수 있을까?
 
 

“꿀벌, 사대부엔 신의 - 민초엔 부귀의 상징”

서민들엔 ‘재물〓벌’ 아이콘으로
조선후기 기념주화에 벌 문양 새겨

기사입력 2014-04-17 03:00:00 기사수정 2014-04-17 10:25:04
국립민속박물관이 소장한 8폭 화조도 중 벌이 등장하는 그림. 그림 왼쪽 윗부분에 벌이 그려져 있다.
 
“맛으로는 달달하기가 벌꿀만 한 것이 없다. 떡과 약과 따위도 이게 아니면 (맛이) 아름답지 않다. 조상이 살아 계실 때 꿀을 즐겼다면, 돌아가신 뒤 제사에 마땅히 써야 한다.”(이익의 ‘성호사설’에서)

벌꿀은 예부터 달콤함의 대명사였다. 고구려 주몽 시대에 양봉이 전래됐다고 알려지는데, 고려와 조선은 꿀을 귀히 여겨 일반 백성이 꿀 넣은 유과를 만드는 걸 금지하기도 했다. 구한말 서양종 벌이 보급돼 생산량이 늘 때까지 꿀은 고급품 성격이 강했다.

그런데 달짝지근한 꿀과 별개로 이를 생산하는 벌은 우리 문화에서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실생활에선 사람도 쏘는 침을 품어 조심스럽고 두려운 곤충이나, 문화적으로는 벌이 지닌 생태적 특성에 빗대 다양한 이미지를 형성했다. 최근 국립민속박물관이 강원 지역 양봉문화를 조사한 보고서 ‘강원도 인제의 토종벌과 토봉꾼’은 이러한 벌이 지닌 민속학적 상징과 의미도 함께 소개했다.

민속 문화에서 곤충은 각기 고유한 함의를 지녔다. 나비는 이상적 기쁨이나 장수를 상징했다. 개미는 부지런함과 질서를 의미했다. 매미는 한자로 선(蟬)인데 신선 선(仙)과 발음이 같아 신성함이나 불멸을 대변하는 존재로 읽혔다.

이에 비해 벌(한자로는 봉·蜂)은 다소 복합적이다. 사대부는 꿀벌을 신의와 의리의 곤충으로 극찬했다. 특히 왕에게 모든 걸 바치는 신하의 충절을 지녔다고 여겼다. 조선 후기 실학자 홍대용(1731∼1783)은 시문집 ‘담헌서(湛軒書)’에서 “군신 간의 의리는 벌에게서 취해온 것이다. 성인은 만물을 스승으로 삼는다”고 적었다. 여왕벌 한 마리를 모시고 일사불란하게 명령에 따르는 습성이 반영된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우리 예술문화에서 독특한 형태로 발현된다. 중국에서 전파된 모란(한문으론 牧丹) 그림은 다른 꽃과 달리 새나 곤충을 그리지 않는 게 전통이었다. 당 태종이 신라 선덕여왕에게 보냈다는 모란 그림도 저의야 어땠든 법도엔 맞았던 셈이다. 그런데 조선 후기부터 궁중회화나 민화의 모란에 벌을 그려 넣는 ‘상식의 파괴’가 벌어진다. 박혜령 학예연구사는 “중국식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왕(모란)에게 충성하는 신하(벌)를 자유로이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귀중품 따위를 넣던 두루주머니. 여기서 벌은 재물운을 가져다주는 존재다.국립민속박물관 제공
벌의 위계질서를 높이 샀던 양반 계층과 달리 민가에선 부지런함에 주목했다. 성실하게 일하며 꿀을 열심히 모으는 모습에서 벌을 재물 복과 부귀(富貴)를 가져다주는 아이콘으로 받아들였다. 조선 후기에 국가적 행사나 왕실 잔치를 맞아 제조하는 기념주화인 별전(別錢)을 보면 벌 문양을 새겨놓았다. 귀중품이나 돈을 넣어 허리에 차는 두루주머니에도 수복(壽福)과 함께 벌을 수놓은 경우가 많다. ‘재물=벌’이란 욕망을 솔직하게 표현한 것이다.

여성 장신구에선 벌을 통한 성적인 코드도 읽을 수 있다. 벌 모양으로 제작한 머리 장식이나 벌 문양 귀주머니는 이를 착용한 여성에게 찾아드는 남성을 가리킨다. 박 학예사는 “벌 자체는 남성성을 드러내지만 주로 쓰인 건 여성 패션용품의 소재였다는 점이 이채롭다”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http://news.donga.com/3/all/20140417/628296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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